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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꽃, 그리움을 피우다

by GUG 2025.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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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그리움도 함께 피어난다. 겨울의 깊은 침묵 속에 감춰 두었던 마음이 봄바람을 타고 꽃잎 사이로 흩날린다. 그리움이란 참 묘하다. 아프지만 아름답고, 멀어질수록 선명해진다.

어느 골목 어귀, 벚꽃이 만개한 나무 아래 서 있었다. 핑크빛 물결이 바람에 실려 흩어질 때마다 마음 한편이 아릿해졌다. 꽃잎 하나가 손바닥 위로 내려앉았다. 그렇게 떨어진 꽃잎을 보고 있자니, 문득 떠오르는 얼굴 하나. 함께 벚꽃길을 걷던 그날이 생각났다. 나란히 걸으며 웃고 떠들던 시간, 꽃잎이 머리 위로 쏟아질 때마다 우린 마치 세상이 우리의 축복이라도 된 듯 행복해했었다.

이젠 그 길을 홀로 걷는다. 같은 나무 아래에서, 같은 바람 속에서. 그러나 함께였던 그날은 오지 않는다. 봄꽃은 다시 피었지만, 그날의 온기는 돌아오지 않았다.

바람에 흩날리는 개나리 꽃잎도 어느새 노란 눈물 같다. 골목을 수놓은 그 노란빛은 왜 이렇게도 눈부신 걸까. 찬란했던 순간을 뒤로하고 떠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개나리처럼 밝고 명랑했던 그들, 그리고 나는 이제 그 빛을 먼발치에서 바라본다.

언덕을 오르다 보니 진달래가 붉게 물들어 있다. 산자락을 따라 핀 진달래는 마치 나를 기다린 듯 그 자리에 서 있다. 이 꽃은 항상 그랬다.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같은 계절에 피어오르며 나에게 말을 걸어준다. “괜찮아. 다시 피어날 수 있어.” 그 말이 따뜻해서, 그리고 애틋해서, 눈가가 시큰하다.

봄 꽃은 그리움을 데려오지만, 동시에 위로도 준다.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 다시 새순이 돋듯, 아픈 마음 속에도 언젠가 새로움이 깃들 거라 믿는다. 그 믿음 덕에, 또다시 하루를 걸어갈 용기를 얻는다.

어쩌면, 봄 꽃은 그렇게 나에게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워해도 괜찮아. 아파도 괜찮아. 그래도 결국, 피어날 거야.”

그 말 한마디에 울컥하고 만다. 그래, 다시 피어날 것이다. 이 마음도, 그리움도, 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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