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마흔아홉.
어느덧 사십 대의 끝자락에 서 있다. 인생의 절반을 훌쩍 넘긴 지금, 때로는 자신감에 차올랐다가도 이내 고개를 떨구는 날이 많다. 마치 청춘의 마지막 끈을 잡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새로운 시작 앞에서 망설이는 아이 같기도 하다.
아침 햇
아이들은 자라서 제각기 제 길을 찾아 떠났다. 집안은 한결 조용해졌고, 예전 같았으면 외롭다고 느꼈을 텐데 이제는 고요함이 오히려 반갑다. 아내와 나는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묻는다. “우리 잘 살고 있는 걸까?”
젊은 날의 꿈이 있었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떠들어대던 시절,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가슴 속에는 불타오르는 열정이 있었다. 하지만 세월은 그런 나를 현실로 끌어내렸다. 아이들을 키우며, 일터에서 부딪히며, 하루하루를 버티다 보니 그 꿈들은 어딘가로 사라졌다. 지금은 그저 하루를 무탈하게 보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하지만 가끔씩 문득 생각난다. 그때 내가 품었던 꿈은 어디로 갔을까.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땠을까. 밤늦게 창밖을 보며 그 생각에 잠기면 어느새 희미한 미소가 번진다. 다 이루지 못한 꿈이라도 그 시절의 나를 만들었고, 그게 지금의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음을 안다.
회사에서는 이제 후배들이
그 질문에 잠시 멈칫했다. 즐거움이라, 나는 언제부터 그런 걸 잊고 있었을까. 취미를 가져볼까 생각도 했지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뤄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바빴던 그때보다 지금은 시간이 많아졌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퇴근길에 문득 동네 공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길을 걸으며 가만히 숨을 내쉰다. 벚꽃이 피고 지는 건 매년 같지만, 내 나이 사십대의 끝자락에서 느끼는 벚꽃은 또 다르다. 이 꽃들도 언젠가 떨어지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피어있는 자체로 아름답다.
내 나이 마흔아홉.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기대보다 더디게 변하고 있지만, 이제는 스스로에게도 너그러워지려고 한다. 흰머리도, 주름도, 조금씩 무뎌지는 감각도 내가 걸어온 길의 증거다. 한때는 부끄러웠던 것들이 이제는 자랑스럽기도 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잠들기 전 나지막히 속삭여본다. “잘하고 있어, 괜찮아.”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어쩌면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내일 아침이 오면 또 같은 일상이 반복되겠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내가 될 것 같다.